“21시부터 23시까지, 조용히 흘러간 어느 저녁의 기록”
“21시부터 23시까지, 조용히 흘러간 어느 저녁의 기록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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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1:05 – 집으로 가려다 멈춘 발걸음
퇴근하고 나오는 길,
늘 그렇듯 정류장 앞에 섰다.
버스 도착 시간 12분.
괜히 그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.
딱히 누굴 만나고 싶지도,
집에 가고 싶지도 않았다.
뭔가 잠깐 비워둘 곳이 필요했다.
21:21 – 낯설지 않은 골목 입구
발이 향한 곳은,
예전에 후배 따라 한번 들어가본 곳이었다.
기억은 흐릿했지만,
그날의 조명과 조용함만은 또렷했다.
예약 없이 들어갔지만
직원은 익숙한 듯 간단하게 응대했다.
룸으로 들어가니,
그날과 같은 분위기가 그대로였다.
21:42 – 불필요한 말은 없었다
매니저가 들어와 인사를 건넸다.
초이스 가능하다고 설명했고,
몇 명의 응대 스타일을 소개해줬다.
조금 망설였지만,
지금은 말 많은 사람보다
조용한 존재감이 좋았다.
선택 후, 그분은
내 안의 흐름을 흐트러뜨리지 않고
가볍게 자리해줬다.
22:10 – 마이크는 손대지 않았다
음악만 틀었다.
소리가 울리지 않았고,
볼륨은 적당했다.
조명이 세지 않아
눈도 쉬었다.
딱히 무엇을 하지 않아도
충분한 공간이 존재한다는 걸
그제서야 알게 됐다.
22:55 – 다시 걷는 길, 조금 가벼워진 마음
룸에서 나와
조용히 정산을 마쳤다.
픽업도 가능하다고 했지만
오늘은 그냥 걷고 싶었다.
처음보다
걸음이 조금은 가벼웠다.
말없이 머물 수 있었던 공간 덕분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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